상담을 받은 사람들의 우울과 불안은 실제로 얼마나 달라졌을까. 심리상담 및 심리검사 전문기관 심리상담센터 재희(원장 장재희)가 정신건강심리상담바우처 이용자의 상담 전후 심리검사 결과와 만족도를 분석한 자료를 공개했다.
■ 1회기와 8회기를 비교했더니
이 제도는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국민이 상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소득과 관계없이 신청할 수 있고 1회당 50분 상담을 8회까지 이용할 수 있는데, 실제 상담이 우울·불안 완화로 이어졌는지를 보여주는 현장 데이터는 많지 않았다.
서울 중랑구에 있는 이 센터에 따르면 2024년 7월 사업 시작 이후 지금까지 146명이 정신건강심리상담바우처(구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로 상담을 이용했다. 이 가운데 사전·사후 심리검사 결과가 남아 있는 참여자를 대상으로 상담 시작 시점인 1회기와 종결 시점인 8회기의 점수를 비교했다.

상담 전후 PHQ-9·GAD-7 평균 점수 변화. (자료제공=심리상담센터 재희)
그 결과 우울 수준을 측정하는 PHQ-9 평균 점수는 15.1점에서 5.6점으로 약 63% 감소했고, 불안 수준을 측정하는 GAD-7 평균 점수는 11.4점에서 4.6점으로 약 60% 줄었다.
사전·사후 PHQ-9 결과가 모두 확인된 31명 중 29명은 종결 시점 점수가 낮아졌다. 상담 시작 당시 중등도 이상의 우울 수준이던 참여자 가운데 88%는 종결 시점에 PHQ-9상 정상 범위에 해당하는 점수로 변화했다.
■ 자체 분석의 한계도 함께 밝혀
센터는 이번 분석이 상담 이용자의 사전·사후 검사 결과를 비교한 기관 자체 분석이며, 별도의 비교집단을 둔 연구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점수 변화는 확인할 수 있지만 이를 상담만의 효과로 단정하기보다 상담 과정에서 나타난 심리적 변화의 지표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장재희 원장은 “상담을 시작할 당시 상당한 수준의 우울이나 불안을 경험하던 분들이 실제 상담 과정을 거치면서 어떤 변화를 보이는지 현장의 데이터를 통해 확인해보고 싶었다”며 “이번 분석은 상담의 효과를 단순한 만족도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심리검사의 변화를 함께 살펴봤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만족도 조사에서 드러난 차이
만족도 조사 결과도 함께 공개됐다. 정신건강심리상담바우처 상담 이용자 126명을 대상으로 한 자체 조사에서 종합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9점이었다.

정신건강심리상담바우처 상담 만족도 조사 결과. (자료제공=심리상담센터 재희)
세부 항목을 보면 상담사의 친절도와 상담 전 준비 등을 포함한 ‘상담 지원’ 영역이 4.99점으로 가장 높았고, 심리적 안정과 변화를 경험했는지를 묻는 ‘안정과 변화’ 영역은 4.88점이었다. 이에 비해 ‘상담목표 달성’ 체감도는 4.69점으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장 원장은 “상담에 대한 만족도나 심리적인 변화는 비교적 빠르게 경험하더라도, 처음 상담을 시작하면서 세운 개인적인 목표까지 8회기 안에 충분히 달성했다고 느끼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상담의 횟수와 상담 목표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이용자의 특성에 따른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현장이 꼽은 세 가지 보완점
센터는 사업을 운영하며 제도적으로 보완이 필요한 지점도 함께 제시했다. 첫째는 부부·가족상담이다. 지원이 개인 중심으로 이뤄지지만 현장에서는 개인의 우울이나 불안이 부부관계나 가족관계와 밀접하게 연결된 사례가 적지 않고, 부부가 함께 상담을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는 경우도 꾸준하다는 설명이다.
장 원장은 “개인의 심리적 어려움을 상담하다 보면 그 어려움의 상당 부분이 부부관계나 가족관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있다”며 “개인상담 중심의 현재 지원체계에서 나아가 일정한 기준을 갖춘 부부·가족상담까지 지원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둘째는 비대면 상담 기준이다. 장 원장은 “거주지와 관계없이 전국의 제공기관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제도의 장점”이라며 “거동이 어려운 사람이나 대면 상담기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사람을 위해 비대면 상담이 필요한 경우가 있는 만큼, 이러한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이 보다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셋째는 행정 절차다. 이용자가 바우처 신청 과정에서 이미 심리검사를 받았는데도 결과가 제공기관에 공유되지 않으면 같은 내용을 다시 설명하거나 비슷한 검사를 반복하게 된다는 것이다.
장 원장은 “개인정보 보호를 전제로 하면서도 이용자의 동의하에 필요한 정보가 적절하게 연계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한다면 이용자의 번거로움을 줄이고 상담의 연속성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신건강심리상담바우처는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국민이 상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센터는 사업을 운영하면서 이용자들이 겪는 어려움과 제도적으로 보완할 부분을 함께 살펴왔다고 설명했다.
■ 상담 경험을 제공했다는 의미
장 원장은 이 제도가 그동안 상담을 쉽게 이용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실제 상담 경험을 제공했다는 점에 의미를 뒀다. 그는 “상담을 받고 싶어도 비용이나 심리적 부담 때문에 오랫동안 상담을 미뤄왔던 분들이 바우처를 계기로 상담실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상담의 문턱을 낮추는 것은 매우 중요한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단순히 상담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을 넘어, 누가 어떤 어려움으로 상담을 받고 있는지, 상담 이후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현장에서 어떤 제도적 지원이 추가적으로 필요한지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심리상담센터 재희는 정신건강심리상담바우처 상담과 함께 성인 개인상담, 부부상담, 가족상담, 심리검사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강원대학교 외국인 유학생 마음건강 지원 사업 등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영어·중국어 다국어 심리지원도 진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