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기업연합뉴스] 윤병운 칼럼니스트 = 법인회생 신청은 2022년 661건에서 2024년 1321건으로 급증했지만, 올해 상반기 인가는 253건, 인가 전 폐지는 188건에 그쳤다(헤럴드경제, 2026.8.5). 계속기업가치 산정의 불투명성, DIP금융 부족, M&A 연계 인프라 미비, 통합형 전문인력 부족이라는 네 가지 구조적 문제가 겹치면서 살릴 수 있는 기업조차 탈락하고 있다. 법원 중심의 절차를 넘어 자금·M&A·컨설팅이 결합된 새로운 회생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
한국기업회생협회 회장이자 한국M&A컨설팅협회 사무총장으로서 필자는 지난 수년간 수백 곳의 위기기업 현장을 지켜봐 왔다. 그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확인한 것은, 우리나라의 기업회생 제도가 법률적으로는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지만 그 제도를 뒷받침할 자금·M&A·전문인력의 생태계는 여전히 취약하다는 사실이다. 채무자회생법이 시행된 지 올해로 20년이 되었지만, 회생절차는 여전히 '법원 안에서 완결되는 절차'에 머물러 있다. 그 결과 살릴 수 있는 기업이 자금을 구하지 못해 탈락하고, 회생기업을 인수하려는 투자자는 마땅한 통로를 찾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기업회생 신청은 느는데, '가려내기'는 여전히 어렵다
법인회생 신청 건수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2년 661건이던 법인회생 신청은 2023년 1024건, 2024년 1321건으로 늘었고, 올해도 상반기에만 731건이 접수됐다. 그러나 같은 기간 회생절차가 실제로 인가까지 이어지는 비율은 높지 않다. 올해 상반기 법원이 개시를 결정한 사건은 516건이었던 반면, 회생계획이 인가된 사건은 253건에 그쳤고 인가 전에 절차가 폐지된 사건도 188건에 달했다. 인가를 받은 뒤에도 경영 정상화에 실패해 절차가 중단된 사건이 31건 있었다(헤럴드경제, 2026.8.5). 이 수치는 신청 건수가 늘어나는 속도만큼 '살릴 기업'과 '정리할 기업'을 가려내는 시장의 인프라는 함께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문제점 ① 계속기업가치 산정과 채권자 협상의 불투명성
회생절차의 출발점은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은지를 판단하는 데 있다. 그러나 이 판단은 조사위원의 평가와 채권자 간 이해관계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최근 업계에서는 계속기업가치 산정 기준이 합리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복잡하게 얽힌 담보 구조가 오히려 채권자 협상 자체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헤럴드경제, 2026.8.5). 가치 산정과 협상 구조가 불투명할수록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도 초기 단계에서 좌초될 위험이 커진다.
문제점 ② 회생기업의 '실탄'이 되어야 할 DIP금융이 부족하다
회생기업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운영자금을 새로 조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제도가 DIP(Debtor-In-Possession)금융이다. 그러나 국내 자본시장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과다한 부채를 지닌 회생기업에는 신규 자금이 공급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으며, 이로 인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수준의 투자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과소투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자본시장연구원, 박용린, 2019). 이 보고서는 DIP금융이 활성화될 경우 회생 성공률과 채권 회수율이 높아지고 절차 기간도 단축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하면서도, 국내에서는 DIP금융 공급자가 회생절차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유인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결국 아무리 좋은 회생계획을 세워도 실행할 자금이 없으면 계획은 서류로만 남는다.
문제점 ③ M&A로 이어지는 통로가 여전히 좁다
회생기업이 신규자금을 확보해 재건에 성공하는 가장 확실한 경로는 M&A다. 회생법학 분야의 연구에서도 회생절차 안에 신속한 진행을 위한 패스트트랙이 도입되어 있음에도, 정작 회생기업에 가장 필요한 신규자금조달 활성화 방안은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이상철, 회생법학 제25호, 한국채무자회생법학회, 2022). 스토킹호스 방식의 M&A처럼 매각가치를 높이고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가 있지만, 이를 실제로 설계하고 투자자를 발굴할 수 있는 M&A 전문 인프라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법률적으로는 회생기업과 인수자를 연결할 길이 열려 있지만, 현장에서 이를 실행할 수 있는 M&A 생태계는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다.
문제점 ④ 회생과 M&A를 함께 설계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부족하다
기업회생은 법률 문제이자 동시에 경영과 자본시장의 문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회생절차만 다루는 전문가와 M&A만 다루는 전문가가 분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회생계획 수립 단계에서부터 M&A 가능성을 함께 설계하지 않으면, 인가를 받고도 신규 투자자를 찾지 못해 다시 위기에 빠지는 기업이 생긴다. 나는 기업회생과 M&A를 함께 다루는 전문가로서, 이 두 영역을 분리해서 접근하는 관행이야말로 국내 회생 생태계의 성장을 가로막는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라고 본다.
새로운 회생 생태계란 무엇인가
앞서 살펴본 문제들은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계속기업가치 산정이 불투명하면 채권자 설득이 어려워지고, DIP금융이 부족하면 회생계획을 실행할 자금이 없으며, M&A 인프라가 약하면 신규 자본이 들어올 통로가 막힌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통합적으로 설계할 전문인력이 부족하면 앞의 세 가지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반복된다. 결국 새로운 회생 생태계란 법원의 절차 하나만을 정비하는 것이 아니라, 조기 진단, DIP금융 공급자의 참여 확대, M&A 시장과의 연계, 그리고 이를 종합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전문 컨설팅 역량까지 함께 갖춘 구조를 의미한다.
기업회생은 이제 '법률 절차'가 아니라 '산업'이 되어야 한다
채무자회생법 시행 20년을 맞은 지금, 기업회생 신청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는 살릴 수 있는 기업조차 자금과 시장의 부재로 탈락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기업회생을 법원의 결정 하나로 완결되는 절차로 바라보는 한,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제는 회생법원, 금융기관, M&A 투자자, 그리고 회생·구조조정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생태계로 제도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나는 앞으로도 기업구조조정과 기업회생, M&A 현장에서 이러한 생태계를 만드는 일에 힘을 보태고 싶다. 살릴 수 있는 기업을 살리는 것, 그것이 기업회생 제도의 본래 목적이기 때문이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기업회생 신청 건수는 늘고 있는데, 왜 회생 성공률은 높지 않다고 하나요?
A. 신청 건수 증가와 인가율은 별개의 문제다. 올해 상반기 기준 법원의 개시 결정은 516건이었지만 회생계획 인가는 253건에 그쳤고, 인가 전 폐지된 사건도 188건에 달했다(헤럴드경제, 2026.8.5). 이는 신청 이후 자금 조달과 채권자 협상 등 여러 단계에서 탈락하는 기업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Q. DIP금융이란 무엇이고, 왜 중요한가요?
A. DIP금융은 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기업에 공급되는 신규 운영자금이다. 부채가 많은 기업에는 신규 자금이 공급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는데, DIP금융이 활성화되면 회생 성공률과 채권 회수율이 높아지고 절차 기간도 단축되는 효과가 있다(자본시장연구원, 2019).
Q. 회생기업 M&A는 일반 M&A와 무엇이 다른가요?
A. 회생기업 M&A는 영업양수도 또는 제3자 배정 신주인수 방식을 주로 활용하며, 법원의 허가를 받아 진행된다는 점에서 일반 M&A와 다르다. 주주총회 결의나 기존 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되는 대신 지배구조 변경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어, 신규 자본을 빠르게 투입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칼럼니스트 소개 / 윤병운 회장
한국기업회생협회 회장 · 한국M&A컨설팅협회 사무총장
필자는 기업구조조정·기업회생·M&A 전문가로서 다수의 위기기업 회생 컨설팅과 M&A 자문을 수행해 왔다. 재무제표와 현금흐름 분석은 물론 사업경쟁력, 시장 변화, 고객·원가 구조까지 종합적으로 진단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으며, 기업회생을 '법률의 문제'가 아니라 '경영과 기업가치의 문제'로 접근한다. 회생기업의 조기 정상화와 M&A를 통한 재도약을 돕는 것을 소명으로 여기며, DIP금융·M&A 시장과 연계된 새로운 기업회생 생태계를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