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에서 '기업가치 보존'이 중요한 이유

기업회생의 목적은 '생존'이 아니라 '가치 보존'이다

부채를 아무리 잘 조정해도 기업가치가 무너지면 회생은 성립하지 않는다

청산가치보다 계속기업가치가 높아야 한다는 것은 법이 정한 최소 기준이다

 

 

사진 = 한국기업회생협회 회장 윤병운

 

[중소기업연합뉴스]  윤병운 칼럼니스트 = 기업회생의 본질은 부채 축소가 아니라 기업가치 보존에 있다. 채무자회생법은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낮지 않아야 한다는 청산가치 보장의 원칙을 회생계획 인가의 핵심 기준으로 두고 있으며, 신청 시점이 늦어질수록 담보 소진과 인력·거래처 이탈로 계속기업가치가 훼손되어 절차 자체가 위태로워진다. 최근 인가 전 M&A와 스토킹호스 방식이 확산되는 것도 결국 기업가치 훼손을 최소화하려는 실무적 대응이다.

 

기업회생 상담을 하다 보면 경영자들은 대부분 '부채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에 집중한다. 그러나 한국기업회생협회 회장이자 한국M&A컨설팅협회 사무총장으로서 현장에서 확인한 결론은 다르다. 기업회생의 본질은 부채 축소가 아니라 '기업가치 보존'이다. 아무리 채무를 조정해도 그 과정에서 기업이 가진 핵심가치, 즉 인력, 거래처, 기술, 브랜드, 영업망이 무너진다면 회생은 형식적인 절차로 끝나고 만다. 오늘은 기업회생에서 왜 기업가치 보존이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어야 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법이 요구하는 최소 기준, 청산가치와 계속기업가치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은 회생계획에 따른 변제방법이 채무자의 사업을 청산할 때보다 채권자에게 불리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이른바 '청산가치 보장의 원칙'이다. 

 

출처,서울회생법원, 청산가치 보장 원칙 관련 도산절차 안내 (「법인회생과 계속기업가치, 청산가치」

 

서울회생법원 역시 회생절차에서 청산가치와 계속기업가치의 산정을 고도의 전문적인 회계·경영·경제 지식이 필요한 사항으로 보아 조사위원을 선임해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계속기업가치란 기업을 계속 운영하면서 얻을 수 있는 미래현금흐름의 현재가치를 의미하고, 청산가치란 기업을 해체해 개별 자산을 처분했을때의 합산 가치를 의미한다. 원칙적으로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커야 회생절차를 계속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실무의 기본 판단 기준이다. 결국 회생절차의 출발점부터 '이 기업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정리하는 것보다 나은가'라는 질문이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기업가치가 무너지면 회생 절차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문제는 신청 시점이 늦어지거나 구조조정이 지연될수록 계속기업가치가 빠르게 훼손된다는 점이다. 핵심 설비와 부동산이 추가 담보로 묶이고, 우수 인력이 이탈하며, 주요 거래처가 신용을 이유로 거래를 축소하면 미래현금흐름 추정치 자체가 낮아진다. 이렇게 되면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 아래로 떨어져 회생절차가 폐지될 위험이 커진다. 즉 기업가치 보존은 회생계획 인가 이후의 과제가 아니라, 회생절차를 유지할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전제조건이다. 나는 상담 현장에서 이 부분을 가장 강조한다. 부채 규모보다 먼저 살펴야 할 것은 '지금 이 기업이 가진 가치가 얼마나 남아 있는가'이다.

 

출처, 서울회생법원, 「도산절차 소개 - 법인회생」, 청산가치·계속기업가치 산정 및 조사위원 제도 안내

 

인가 전 M&A가 늘어나는 이유는 기업가치 훼손을 막기 위한 선택

최근 몇 년간 회생기업 M&A는 '인가 전 M&A' 방식이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헤럴드경제가 대법원 홈페이지에 게시된 회생기업 M&A 공고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회생기업 M&A 공고 건수는 2015년 17건에서 2024년 30건, 2025년에는 39건으로 10년 사이 두 배 넘게 늘었다. 과거에는 회생계획안을 먼저 확정해 채무관계를 정리한 뒤 M&A를 추진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회생절차 개시 이후 회생계획안이 인가되기 전 단계에서 새로운 인수자를 찾는 방식이 보편화됐다. 이는 회생 초기 단계에서 투자자와 자금을 확보해야 기업가치 훼손을 최소화하고, 인수대금을 채권 변제에 활용해 변제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가치가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한다는 현실을 법원과 실무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출처, 헤럴드경제, 「회생기업 마지막 희망 M&A…10년새 2배 급증 [회생의 조건]

 

스토킹호스 방식과 기업가치 극대화

회생기업 M&A에서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대표적인 방법이 '스토킹호스' 방식이다. 이는 회생계획안 사전제출제도를 통해 우선 인수희망자와 조건부 계약을 체결한 뒤, 이보다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인수희망자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공개입찰을 실시하는 방식이다. 관련 학술연구에 따르면 스토킹호스 방식 M&A는 회생기업의 매각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고 M&A 성사가능성이 높으며, 법원 주관 하에 공개입찰이 진행되므로 공정성과 투명성도 함께 담보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들은 결국 하나의 목표를 향해 있다. 회생기업이 가진 가치를 가능한 한 훼손하지 않고 다음 단계로 넘기는 것이다.

 

출처, 한국증권법학회 관련 연구자료, 「기업회생절차에서의 M&A - 활성화 방안을 중심으로 -」, 스토킹호스 방식 M&A 관련

 

기업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경영자가 해야 할 일

  1. 회생 신청을 검토하는 시점부터 핵심자산과 비핵심자산을 구분한다. 이는 담보로 추가 제공하기 전에 어떤 자산이 미래현금흐름 창출에 필수적인지 파악해야 협상의 여지가 남는다. 핵심 인력과 주요 거래처와의 관계를 최대한 유지한다. 이들은 재무제표에 잡히지 않지만 계속기업가치 평가의 핵심 변수다. 또한 회생절차 초기부터 M&A 가능성을 열어두고 전략적 투자자를 탐색한다. 이는 인가 전 M&A 사례가 늘고 있는 흐름을 고려하면, 신청과 동시에 매각 전략을 함께 준비하는 것이 기업가치를 지키는 현실적인 방법이다.
  2.  

기업가치 보존이 곧 회생의 목적이다

기업회생은 빚을 줄이는 절차가 아니라 가치를 지키는 절차다. 아무리 채무조정에 성공해도 그 과정에서 기업의 실질적인 경쟁력과 미래현금흐름 창출 능력이 사라진다면 회생은 의미를 잃는다. 청산가치 보장의 원칙과 계속기업가치 평가라는 법적 장치, 그리고 인가 전 M&A와 스토킹호스 방식이라는 실무적 수단은 모두 하나의 방향을 가리킨다. 바로 기업이 가진 가치를 가능한 한 온전하게 지키고, 그 가치를 다음 성장의 발판으로 넘겨주는 것이다. 필자는 앞으로도 기업구조조정과 기업회생, M&A 현장에서 기업가치를 지키는 것이 곧 기업을 살리는 길이라는 원칙을 지켜나가고 싶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는 어떻게 다른가요?

A. 계속기업가치는 기업이 사업을 계속 운영할 때 창출할 수 있는 미래현금흐름의 현재가치를 말하고, 청산가치는 기업을 해체해 개별 자산을 처분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금액의 합산이다. 원칙적으로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아야 회생절차를 계속 진행할 수 있다.

 

Q. 기업가치를 보존하는 것이 왜 회생절차 초기부터 중요한가요?

A. 신청이 늦어지고 구조조정이 지연될수록 핵심자산이 담보로 소진되고 인력과 거래처가 이탈해 계속기업가치가 빠르게 낮아진다.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 아래로 떨어지면 회생절차 자체가 폐지될 수 있어, 가치 보존은 절차 유지의 전제조건이 된다.

 

Q. 인가 전 M&A는 왜 최근 늘어나고 있나요?

A. 회생 초기 단계에서 투자자와 자금을 확보하면 기업가치 훼손을 최소화하고 인수대금을 채권 변제에 활용해 변제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회생기업 M&A 공고 건수는 최근 10년 사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칼럼니스트 소개 /  윤병운 한국기업회생협회 회장 · 한국M&A컨설팅협회 사무총장

필자는 기업구조조정·기업회생·M&A 전문가로서 다수의 위기기업 회생 컨설팅과 M&A 자문을 수행해 왔다. 재무제표와 현금흐름 분석은 물론 사업경쟁력, 시장 변화, 고객·원가 구조까지 종합적으로 진단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으며, 기업회생을 '법률의 문제'가 아니라 '경영과 기업가치의 문제'로 접근한다. 회생기업의 기업가치 보존과 M&A를 통한 재도약을 돕는 것을 소명으로 여기며, '창업→성장→위기→회생→재도전→재성장'으로 이어지는 기업 생태계를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

 

작성 2026.10.14 15:49 수정 2026.10.14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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