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양홍석] 마지막 잎새 하나를 남기는 삶

▲양홍석/전)문화체육관광부 일반직고위공무원 ⓒ한국공공정책신문

 [한국공공정책신문=최진실 기자]  가을 낙엽이 바람결에 나뒹구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본다. 가을을 타는 걸까 숙연한 마음이 가슴을 메운다. 낙엽은 어쩌면 우리 인생의 모습과 닮았다. 우리에게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게 만든다. 젊음의 계절이 지나고 어느덧 인생의 가을에 들어서면, 우리도 눈먼 욕심이나 명예, 지나간 시간도 하나둘 내려놓는 법을 배운다.

 

해마다 가을이 올 때면 오 헨리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가 뇌리를 스쳐 간다. 폐렴으로 병석에 누운 젊은 화가 존시는 창밖 담쟁이넝쿨의 잎을 바라보며,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면 자신도 죽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삶의 의지를 잃어버린 그녀에게 담쟁이 잎 하나는 단순한 잎이 아니었다. 그것은 삶과 죽음 사이에 매달린 마지막 희망이었다.

 

그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던 늙은 화가 베어맨은 밤새도록 폭풍우 속에서, 담벽에 마지막 잎새를 그린다. 실제 잎은 떨어졌지만, 존시에게는 그 잎이 끝내 떨어지지 않는 마지막 희망이 된다. 정작 베어맨은 그 잎새를 남기고, 자신은 폐렴으로 세상을 떠난다.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내어놓은 사람.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야기다.

 

가을은 이 아름다운 이야기에 이어 함석헌 선생의 《그 사람을 가졌는가》라는 시가 마음에 다가온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참으로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렇다고많은 만남이 반드시 참된 인연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인연은 나 자신이 잘 나갈 때 박수를 보내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벼랑 끝에 넘어져 홀로 눈물지을 때 곁에 남아 있는 사람.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의 아픔을 알아주는 사람,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조용히 손을 내미는 사람이다.

 

무르익어가는 가을날, 하염없이 떨어지는 낙엽 한 잎을 손에 쥐어본다. 나 스스로를 향한 질문이 봇물 터진다. 과연 ‘나에게는 아무런 조건 없이 목숨까지 던져줄 그런 사람이 있는가’ 아니 누군가가 나의 마지막 잎새가 되어 주기를 바라기에 앞서, ‘나는 누군가에게 그러한 존재가 되고 있는가’, ‘삶에 지친 사람에게 작은 울타리가 되어준 적이 있는가’, ‘절망하고 있는 사람에게 “괜찮다.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해준 적이 있는가’.

 

우리는 흔히 거창한 일을 해야 의미 있는 삶을 산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삶의 진정한 가치는 어쩌면 아주 작은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힘들어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것. 그리고 누군가가 삶을 포기하고 싶을 때, “조금만 더 견뎌 보자”고 손을 잡아주는 것. 그 작은 마음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다시 살아갈 이유가 될 수도 있다. 우리 모두는 한 때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했고, 또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어야 하는 존재이다.

 

우리는 아직 늦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더불어 살아가는 버팀목이 되어 주자, 한 줄기 희망을 심는 햇살이 되어 주자, 바람이 아무리 세차게 불어도 끝내 떨어지지 않는 마지막 잎새처럼 말이다. “만 리 길 나서는 날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시인은 묻고 있다.

 

그 한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은 삶이 주는 가장 큰 축복이다. 가슴 벅찬 선물이다. 내 삶이 누군가의 마음속에 따사한 온기가 되고, 삶을 지탱하는 희망의 빛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우리가 이 세상에 남길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흔적일 것이다. 가을이 저물기 전에 오늘 하루 내 곁에 있는 인연들의 이름들을 조용히 불러 보며, 참된 삶의 의미를 가슴 깊이 새겨보자

 


양홍석

전)문화체육관광부 일반직고위공무원

전)2014인천아시안게임 행사본부장

전)강원랜드 카지노본부장

 

 

작성 2026.10.19 09:53 수정 2026.10.19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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