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건 칼럼] 고독의 방에서 위로의 방으로

제8회 코스미안상 은상

[당선소감]

 

선정해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서른 전후 한 때, 뜬금없이 원고지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마음속에 있는 생각들을 형상화하는 시도를 한 적이 있습니다. 수십 년이 지난 뒤, 문득 그때 그 시도를 계속했으면, 지금 마음이 조금은 덜 허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세상에 무언가 의미 있는 것을 남겨놓지 않고 떠나는 인생은 너무 허무하지 않을까라는 느낌이 들었을 때 그랬습니다. 

 

성공보다는 실패에 가까운 삶을 살아, 가족과 주위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남아 있지 않은 나와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의 덕목은, ‘눈에 띄지 않고 살기’라는 소극적 대안이 유일할 수 있습니다. 몸을 불사르며 열정적으로 살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답이 아닐 수 있다는 직감이 왔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컴 앞에 다시 앉았습니다. 3년이 지났습니다. 작은 것이지만 이번 선은, 이제 겨우 사람들의 마음의 맨 끄트머리에 닿을 수 있다는 희망의 문 앞에 몇 밀리미터쯤 가까워졌음을 뜻할지도 모릅니다. 허공을 향한 독백이 아니라 누군가의 촌음을 감히 빼앗아 볼 용기를 가져볼 수 있다는 가능성의 메시지입니다. 

 

인생 5막은 이미 시작되었지만, 드리워지는 커튼이 바닥에 닿는 마지막 순간까지 조용히 달려보려는 시도는, 작은 것도 얻지 못하고 실패로 끝날 수 있겠지만 ‘삶의 의미’를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위로에 가슴이 조금 따뜻해집니다. 

감사합니다. 

 

 

[칼럼] 고독의 방에서 위로의 방으로  

 

요양시설에 입소하는 노인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자식의 손에 이끌려 오는 모습은 누가 보아도 마음이 편치 않다. 마치 죽음을 준비하기 위해 강제로 끌려온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부모를 버리는 곳이라고”고. 하지만 그 장면을 오래 지켜보다 보면, 조금 다른 생각이 든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아흔이 넘은 한 노인이 혼자서 언덕을 올라왔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어 있었다. 입원을 원했다. 단정한 차림에 표정은 온화했고 말투는 조심스러웠다. 그는 아들 내외와 함께 살고 있었는데 자신이 점점 불편한 존재가 되어 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스스로 요양병원 입원하여 아들 내외의 짐을 덜어주려고 했다. 
 

보호자와 함께 오지 않으면 입원할 수 없다는 병원 당국자의 말은 그에게 크나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언덕을 내려가는 그의 어깨는 축 처져 보였다. 짐이 되는 일을 끊어 내지 못한 설움이 그의 어깨를 무겁게 누르고 있는 듯 했다. 며칠 뒤 그 노인은 아들 내외와 함께 다시 찾아왔다. 이번에는 그의 가족들이 강제로 끌려왔다. 주객이 전도된 모습이었다. 그들은 목적은 노인의 입원을 거부하기 위한 것이었다. 
 

“끝까지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노인은 끝내 돌아서야 했다.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던 그 모습이 내게 오래 남았다. 그 노인처럼 요양시설에 스스로 입소하겠다고 오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은 등을 떠밀려 온다. 등을 밀려올 때의 그들의 모습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동물의 그것과 닮아 보였다. 먹을 입을 줄일 목적으로 유기 장소로 노인이 끌려가는 옛날의 고려장이 현대에 재현되고 셈이다. 그래서 요양시설을 현대판 고려장터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요양시설에 들어온 뒤, 많은 노인들은, 밖에서 그런 것처럼 대부분 혼자 생활할 수 없을 만큼 쇠락해 있다.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하는 탓도 있지만, 대개 마음만큼이나 몸이 망가져 있다. 식사, 이동은 물론 대개 배변 등의 생리적 시스템이 무너져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런 상태여서 가족이 감당하기 어려울 때, 가족들은 부득불 그 책임을 요양시설에 떠넘기게 된다. 
 

개중에는 단지 노인들 봉양이 자신들의 자유를 구속하고, 곁에 두고 싶지 않은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자신들의 연로한 부모를 시설에 맡기게 된다. 그들의 처신이 올바르다 할 수 없겠지만 흐름은 바뀌고 있다.  
 

시대가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요양시설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따라붙는다. 이곳에서의 삶은 쓸쓸한 인생 마감으로 보인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곳을 싫어한다. 이곳에서의 결말은 사랑하는 가족 옆에서 마지막과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떠남은 언제나 슬픈 일이지만 조선시대에 화롯가에서 정담을 나누 듯 따뜻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작별을 고하고 싶다. 그런 작별은 나이든 사람뿐 아니라 장차 그 위치에 서게 될 우리 모두의 로망이다.  
 

그러나 세상은 변해도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 따뜻한 작별은 점점 희귀한 일이 되어가고 있다. 매스컴에서 자주 보도되는 ‘고독사’는 여전히 남의 일처럼 간주되지만, 점차 희귀한 사례가 아니라는 인식이 우리 사이에 퍼져가고 있다. 설마 그게 우리 일이겠느냐고 마음 편히 생각하는 동안 외로운 죽음은 사회 깊숙이 파고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외로운 떠남은 내 일이 아니라고 외치는 동안, 어쩌면 우리는 고독사보다 더욱 슬픈 현실에 직면할 수 있다. 그건 내 주위를 지켜줄 사람의 진심에 회의를 가질 때이다. 우리는 주위에 우리의 작별을 슬퍼해 주며 떠남이 외롭지 않게 지켜줄 충분한 사람들이 있다고 믿는 동안, 문득 그들의 진심에 의심이 갈 수 있다. 그들의 진심어린 모습이 어쩌면 포장된, 닦아 놓은 웃음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다. 가정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일이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이 세상에게 마음 편한 노후를 위해 어디로 가야 할까. 
 

어떤 이들에게는 속 들여다보이는 인사치레보다는 차라리 요양시설의 작별이 좋은 것은 아닐까. 자신의 삶을 존중받고 타인과 연결될 수 있는 그곳에서의 고별사는 화롯불 정담 정도는 아니어도 크게 과장되지 않을 것 같다. 시설에 있는 동안 낯선 이가 아니게 된 이들의 케어를 받으며, 처지가 엇비슷한 환우가 지켜보는 가운데 생을 마감할 수 있는 작별은, 진심을 의심하게 되는 관계보다 차라리 덜 외로울 수 있을 것 같다.

 

작성 2026.10.19 10:13 수정 2026.10.19 10:38

RSS피드 기사제공처 : 코스미안뉴스 / 등록기자: 한별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NEWS 더보기
AI부동산경제신문 부동산 30초 브리핑 2026년 10월 19일(월)
사장님! 이것만은 꼭 챙기세요.
신규창업vs인수창업?
AI광고 영상 제작부터 광고 송출까지 가능한 광고대행사 준콤
자신의 분야에 전문가의 목소리를 담는 뉴스 더초이스
합법적 채무탕감 개인회생! 당신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개인회생상담 ..
️ 미국 핵심광물에 20억 달러 이상 투자…한국엔 위기일까, 기회일까? ..
인류와 지구의 더 나은 미래, 행동하는 환경 저널 '에콜로지 코리아(EC..
선무도 #골굴사 #전통무예 #친일반민특위
소상공인 동행-대경배관수리편-
권리금 분석은 어떻게?
더초이스 비즈니스 어워즈 고객의 선택과 신뢰를 공식적인 브랜드 가치로 증..
[준콤] 서오릉장어대장_엘리베이터광고_30초(2026)
두산위브더제니스 부천, 더블역세권 49층 2,008가구 대단지 주목!
KTX·SRT 하나의 앱으로 예약!코레일+#KTX #SRT #코레일플러스..
계좌의 내 돈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다고?
친환경 캐릭터 굿즈로 소비자 마음 사로ᄌ..
독립 운동가 김시현
요즘 비트코인 근황
유기농 유정란 가격 비교
서울 아파트값 86주째 상승 \'역대 최장\'
프랜차이즈 가맹점 매도는 어떻게?
허경환 유행어 총출동! 판촉물은 세종기프트
천재 강아지 다이빙
스프링힐스, 친환경 골프장으로 18ᄒ..
선무도 골굴사 #반민특위 #korean #독창성 #골굴사 #선무도 #..
해외부자들은 코인을 얼마나 들고 있을까? (2편)
귀농귀촌매뉴얼북이 PDF책으로 나왔습니다. 잎새영상
🎬 실시간 영상뉴스 더보기

리더경제 프랑스시위 불씨는https://www.leader-economy.kr/news/475942#리더#...

리더경제 테슬라 로드스터가 공중에서 방향을 틀었습니다https://www.leader-economy.kr/n...

리더경제 ? 흉기를 든 남성 영화관으로 향하자 시민들은 의자를https://www.leader-economy...

리더경제 ️ 화마 앞에 먼저 섰던 고 김진석 소방위https://www.leader-economy.kr/ne...

배낭여행 다녀왔더니 1인 기업 대표가 되었다? 일본 배낭여행이 뇌과학과 AI를 만나 \'치유관광 1인 창업\...

리더경제 ️ 국세청장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임광현 https://www.leader-economy.kr/ne...

민경선 시장의 탄원서에 대한 역질문 ③ \'시장이 바뀔 때마다 오락가락 고양시 행정\' 끝이 없는 불확실성,...

리더경제 신천지 민주당 가입 의혹https://www.leader-economy.kr/news/475157#...

리더경제 재정 구조를 지적하려던 ‘빨대’ 비유https://www.leader-economy.kr/news...

리더경제 ‘일억 원 공천헌금’ https://www.leader-economy.kr/news/47507#리...

리더경제️ 검찰개혁에 반대했던 김지용 후보자https://www.leader-economy.kr/news/4...

[단독] \"의장 만든 게 누군데\"…김현 의원, \'공천 이견\' 시의장과 설전 녹취파일 [뉴스9]

피 거꾸로 솟게 한 김현의 발언

박태순 안산시의회 의장 기자회견…“지역 국회의원이 폭력적 발언” [경기/한빛]

[단독] \'보좌관 공천\' 문제가 발단…김현, 경쟁후보 지지한 시의장 \'야간 질책\' [뉴스9]

안산시청에서 안산호수공원까지! 하늘에서 본 안산의 새로운 모습|안산 드론 항공영상

[안산줌인] 안산의 축제는 계속된다 2026 대부포도축제 / 제6회 청년의 날 축제

[안산줌인] 우리 아이도 혹시 영재..? 한양대ERICA 영재교육원 신입생 모집!

[안산줌인] 안산 시승격 40주년 ! 산업, 경제 발전의 역사

[안산시 승격 40주년 기념 KBS 다큐 On] 반월·시화 청춘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