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연안 세력 확대와 사우디아라비아 핵심 원유 수송망에 대한 공격이 겹치면서 중동 에너지 공급망을 둘러싼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후티는 최근 홍해 연안의 주요 거점인 모카와 바브엘만데브 해협 인근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사우디 동서 송유관은 9월 10일 무인기 공격을 받은 뒤 안전을 이유로 가동이 중단됐다. 사우디 정부는 해당 공격이 이라크에서 발사된 무인기에 의해 이뤄졌다고 공식 발표했으며, 후티의 송유관 점령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사우디 에너지부에 따르면 동서 송유관은 9월 10일 리야드와 메디나 지역에서 여러 차례 공격을 받은 뒤 예방적 조치로 가동이 중단됐다. 사우디 외교부는 다음 날 공격에 사용된 무인기들이 이라크에서 발사됐다고 밝히면서 이라크 정부가 자국 영토에서 발생하는 공격을 차단할 기회를 갖도록 당장은 군사적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서 송유관은 사우디 동부 유전지대의 원유를 홍해 연안으로 수송해 호르무즈 해협 의존도를 낮추는 핵심 수송망이다. 사우디 에너지부 자료에 따르면 이 송유관의 최대 운송능력은 하루 약 700만 배럴 수준이다.
동시에 예멘에서는 후티의 군사적 진격이 이어지고 있다. 유엔은 9월 11일 브리핑에서 후티 당국이 모카에 있는 유엔 인도주의 기관 공동시설을 장악했다고 밝히고, 이달 들어 전투를 피해 약 1만8000가구가 피란했다고 전했다. 사우디 정부 역시 후티가 사우디 내 민간·경제시설과 홍해 상업선박을 계속 공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후티의 홍해 연안 장악은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해상교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바브엘만데브는 홍해와 아덴만을 연결하는 전략적 해상 관문으로, 이 지역의 불안정이 장기화할 경우 유조선과 컨테이너선의 운항 경로와 보험료, 운송비 등에 추가적인 부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사우디가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정에 대응해 홍해를 통한 원유 수출 능력을 활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홍해 항로까지 위협받을 경우 원유 수송망의 선택지가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미국의 대응은 직접 군사개입과 동맹 지원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여러 차례 통화하며 후티에 대한 미국의 군사행동을 요청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까지 후티에 대한 직접적인 미군 공격에는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미국은 사우디에 정보공유와 표적정보 지원을 제공하는 방향을 택하고 있다. 미국 중부사령부 사령관 브래드 쿠퍼 제독도 사우디를 방문해 관련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사우디 왕세자와 통화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후티 측이 미국과 직접 충돌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언급했다. 이는 미국이 이란을 둘러싼 기존 군사적 긴장에 더해 예멘에서 또 다른 직접 전선을 형성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다만 미국이 사우디에 대한 지원 자체를 거부한 것은 아니며, 직접 군사행동을 제한하면서 정보와 표적 관련 지원을 유지하는 형태에 가깝다.
현재 중동의 핵심 변수는 사우디 원유 수송망과 홍해 해상교통에 대한 위협이 서로 다른 세력과 경로를 통해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우디 동서 송유관 공격은 사우디 정부 발표상 이라크에서 출발한 무인기 공격이며, 홍해 연안에서의 후티 군사적 진격과 동일한 공격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두 사안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호르무즈 해협과 바브엘만데브 해협이라는 중동의 양대 해상 관문을 둘러싼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직접 군사개입을 제한하는 가운데 사우디가 어느 수준까지 독자적인 군사 대응에 나설지, 그리고 후티의 홍해 연안 장악이 국제 원유와 해상운송 시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향후 중동 정세를 좌우할 주요 변수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