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연 섭외 플랫폼 ‘이상한강연’ 홈페이지 화면(사진=주식회사 둥울)
검색창에 질문을 던지면 AI가 답을 정리해 주는 시대다. 이런 환경에서 작은 회사가 고객을 만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광고비를 들여 노출을 사는 대신, AI가 이해하기 쉬운 정보 구조를 갖춰 찾아오게 만드는 방식이다. 특히 강연 섭외처럼 담당자가 직접 검색해 업체를 찾는 시장에서는, 검색 결과에서 어떤 정보가 어떻게 정리돼 보이는지가 첫인상을 좌우한다.
주식회사 둥울 ‘이상한강연(OddSpeakers)’은 그 방식을 시도한 사례로 볼 만하다.
박경진(Adrienne Park) 대표가 개발·운영하는 이 강연 섭외 플랫폼은 AI 기반 검색 환경을 고려해 사이트의 콘텐츠와 정보 구조를 설계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별도의 유료광고를 집행하지 않고도 강연 섭외 문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 39일이라는 숫자가 말하는 것
플랫폼이 만들어진 과정도 눈길을 끈다. IT 분야에서 15년간 전문성을 쌓아 온 박 대표는 약 5년간 사업 모델을 구상한 뒤,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 과정에 적극 활용해 39일 만에 플랫폼 구축을 마쳤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39일이라는 기간만이 아니다. 그 앞에 5년의 구상과 15년의 기술 경험이 있었다는 점이다.
AI가 개발 속도를 크게 높여 줄 수는 있지만, 무엇을 만들지와 어떻게 구조를 짤지는 여전히 사람이 쌓아 온 경험에서 나온다. 회사 측이 이 사례를 장기간 축적한 기술적 경험과 AI 활용 역량을 결합한 결과로 설명하는 이유다.
■ 정부 프로젝트가 본 가능성
이상한강연은 중소벤처기업부의 2026년 ‘모두의 창업’ 2차 프로젝트 1라운드 진출자로 선정됐다. 약 9만 3,000명이 지원해 일반·기술 분야 8,000명과 로컬 분야 2,000명 등 1만 명이 1라운드에 올랐고, 경쟁률은 약 9.3대 1이었다.
1라운드 진출자에게는 창업활동자금 200만 원과 100만 원 상당의 AI 솔루션, 멘토링 등 초기 육성 지원이 안내됐다. AI를 활용해 서비스를 만든 창업자가 AI 솔루션 지원을 함께 받게 된 셈인데, 이 지원이 플랫폼 고도화에 어떻게 쓰일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플랫폼은 AI·IT, 법률, 리더십, 조직문화, 인문학, 자기계발 등 다양한 분야의 강연자와 기업·공공기관·교육기관을 연결한다.
박 대표는 호주와 뉴질랜드 변호사 자격을 갖춘 법률가이자 정보기술 석사로, 전문성 있는 인재가 인맥이나 언어 장벽 때문에 기회를 얻지 못하는 문제에 주목해 이 사업을 구상했다.
그는 “실력 있는 전문가들이 인맥이 아니라 전문성으로 평가받고 국내를 넘어 세계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 빠르게 만든 서비스의 다음 과제
다만 빠르게 만든 서비스가 자리를 잡으려면 꾸준한 수요가 뒤따라야 한다.
‘모두의 창업’ 역시 1라운드 이후 사업계획과 활동 실적을 평가해 진출자를 다시 가리고, 시제품(MVP) 제작비 최대 2,000만 원 등의 사업화 지원과 지역별 오디션, 전국 단위 최종 경연을 차례로 거치는 구조다.
1라운드 선정이 가능성에 대한 평가라면, 다음 단계는 그 가능성을 실적으로 보여 주는 과정이 될 것이다. 단계별 지원은 별도의 선정·협약 및 운영 조건에 따른다.
박 대표는 “이상한강연을 운영하면서 실제 강연 섭외 문의를 통해 시장 수요를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주식회사 둥울 ‘이상한강연’은 강연 섭외 과정의 디지털화, 전문가와 수요기관의 연결 효율 개선, 해외 강연 파트너 발굴로 경쟁력을 키울 계획이다. 광고 대신 정보 구조로 고객을 만나는 방식이 실제 사업 성과로 얼마나 이어질지, 다음 단계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